촬영장소는 방송국이었다. 현장 체험학습까지 내고 갔었던 촬영이었고, 무거운 장비들을 이고 먼 길을 떠나야 했기에, 도착했을 때 모두 지쳐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방송국 로비 구석에서 어수선하게 서 있더니, PD님께서 우리를 맞이해주시러 내려오셨다. 둥그렇고 넓적 한 모자와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입으신 모습이 인터넷에서 보시던 모습과 똑같아 한눈에 알아뵐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세팅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대화'를 이끌어주셨고, 인터뷰할 때도 부족한 질문이었지만 말씀마다 신중하게 신경 써주시면서 답변해주셨다. 질문을 받고 대답을 생각해내신 거라기보다는, 이런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에 본인이 생각하시던 견해와 겪으셨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화하시는 방식도 듣는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게 해주는 힘이 있으신 것 같았고, 인터뷰를 모두 끝마치고 돌아보았을 때, 질문자와 답변자가 정해져 있 었던 게 아닌,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느껴졌다.질문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우리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을, 그리고 어떨 때는 역으로 질문을 하시기도 하시며 이동하느라 힘들었던 사실이 무색해지게 의미깊은 순간이 되었고, 질문하는 입장이었음에도 나 역시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도 꼭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건네주셨다. 꼭 그러고 싶다.